비행선의 부활

[파퓰러사이언스 박소란 기자] 항공기와 비행선은 과거 하늘의 왕좌를 두고 경쟁한 최대 라이벌이었다. 하지만 항공기 기술의 눈부신 발달로 비행선은 역사의 무대 뒤로 사라졌다. 이러한 비행선이 최근 친환경성과 첨단기술을 앞세워 화려한 부활을 꾀하고 있다.
비행선은 항공기에 앞서 항공여행과 항공운송 시대를 열어젖힌 주인공이다. 라이트형제가 역사적인 동력 비행에 성공하기 약 반세기 전인 1852년 프랑스의 항공 엔지니어 앙리 지파르에 의해 처음 발명됐다.
이후 진화를 거듭한 비행선은 1900년 독일의 퇴역 군인 체펠린에 의해 최초의 경식 비행선으로 개발되며 본격적인 하늘 길을 열었다. 이렇게 비행선은 50년 가까이 항공기와 함께 하늘의 왕좌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는데 초기의 우위는 단연 비행선의 차지였다.
탁월한 항속거리와 자유로운 이착륙, 적재량 등을 앞세워 관광은 물론 화물운송용, 관측용 등으로 널리 이용된 것. 비행선이야 말로 당대의 가 장 실용적인 항공교통수단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제1차,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눈부신 성장을 이룬 항공기와 달리 비행선은 1937년 독일 힌덴부르그 비행선의 대폭발 참사를 겪으며 점차 몰락하게 된다.
탑승객 97명 중 35명이 사망한 이 사고로 인해 이후로도 오랫동안 아무도 비행선을 타려하지 않았다. 이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비행선은 홍보, 관측용도로 일부 활용되고 있을 뿐 항공교통, 항공운송수단으로서의 기능은 이미 상실한 채 항공업 계의 아웃사이더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최근 비행선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한 화려한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했다. 친환경성과 첨단기술을 앞세워 운송능력이 포화상태에 이른 항공기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초호화 비행 호텔 맨드 클라우드
프랑스 국립항공우주연구소(ONERA)와 유명 디자이너 장 마리 마소가 공동으로 개발 중인 ‘맨드 클라우드(Maned Cloud)’는 이러한 비행선 부활의 선봉장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이 타고 다니는 구름’이라고 해서 맨드 클라우드라 명명된 이 비행선은 그 의미만큼 안락한 미래형 비행 호텔이다.
호텔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건조 비용만도 무려 150억 달러에 달한다. 2층 갑판 52만㎡ 넓이에 60개의 객실을 비롯해 레스토랑, 도서실, 헬스클럽, 스파 등이 들어선다. 최대 탑승 인원은 승객 55명을 포함해 총 60명이며 선체와 승객을 띄울 양력을 얻기 위해 객실과 조종실의 상부에는 고래 형상을 한 24만㎡ 넓이의 공기주머니를 부착, 헬륨 가스를 가득 채울 예정이다.
그 속력 또한 탁월하다. 개당 450㎾의 추력을 내는 6개의 터보엔진과 첨단 공기역학 설계로 최고 시속이 170km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프랑스 파리에서 아프리카의 마다가스 카르까지 4일 만에 도착하고 6일이면 지구 한 바퀴를 돌 수 있는 속도다.
특히 맨드 클라우드는 5~14㎞ 상공에서 비행하는 항공기와 달리 순항고도가 3,000m에 불과(?)해 난기류를 만날 일이 없다. 선체에는 결빙을 방지하는 장치도 채용돼 있어 추운 날씨에도 비행에는 전혀 무리가 없다.
이 같은 첨단시설을 기반으로 맨드 클라우드는 강과 바다를 항해하며 승객들에게 멋진 풍광을 선사할 예정이다. 빠르면 오는 2020년경, 하늘을 나는 비행호텔에서 꿈의 럭셔리 세계 여행을 즐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늘을 나는 유람선 에어로스크래프트
미국의 월드와이드 에어로스코퍼레이션이 제작중인 ‘에어로스크래프트(Aeroscraft)’도 맨드 클라우드와 맞먹는 초호화 비행선이다.
이 비행선은 전장 197m, 전폭 74m, 전고 50m로서 최대 250명의 승객을 태우고 호화 유람을 떠날 수 있다. 4,046㎡ 넓이의 공간에 들어설 객실들은 특급호텔 수준의 최신식 시설과 인테리어로 꾸며질 예정이다. 또한 레스토랑, 바, 헬스클럽 등 일반 편의시설은 물론 승객들만을 위한 카지노도 운용된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호화 유람선인 ‘퀸 매리 2 세’에 필적할 만한 수준이다.
에어로스크래프트는 약 4만ℓ의 헬륨으로 부양력을 얻는다. 다만 헬륨은 전체 비행선 중량의 3분의 2에 대한 부양력을 제공하며 나머지는 별도의 터보팬 제트엔진 6기에 의해 도움을 받는 구조를 택하고 있다.
전진 구동력은 비행선 후방의 거대한 프로펠러로부터 나온다. 이 프로펠러는 수소연료전지 등의 신재생에너지로 동력을 얻기 때문에 소음이 적고 환경성도 뛰어나다. 최고 비행 속도는 시속 280㎞로 미국 대륙을 횡단하는데 18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이는 기존 제트 여객기보다는 3배 정도 긴 수준. 하지만 제트 여객기보다 낮은 2,700m 정도의 높이에서 비행해 지상의 자연 풍광을 감상하며 여유로운 비행을 즐길 수 있다. 제작사인 월드와이드 에어로스 코퍼레이션은 이르면 올해 내에 비행선 제작을 완료하고 지구상의 전 대륙을 횡단하는 여행을 떠난다는 계획이다.
승객 맞춤형 스트라토 크루저
세계적인 디지털 예술가 티노새들러와 마이클 제이 브라운 이 설계한 ‘스트라토 크루저(Stratocruiser)’ 역시 초호화 개념을 채용한 미래형 비행선이다.
아직 디자인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새들러와 브라운은 스트라토 크루저의 내부에 바깥 풍광을 감상하며 즐길 수 있는 다양하고 호화로운 편의시설을 갖출 계획이다. 일급 주방장이 요리하는 레스토랑과 바, 최고급 마사지샵, 스파, 수영장 등이 그것이다.
또한 도서관, 사무실 등의 개인공간을 마련해 모든 승객들이 조금의 불편함도 없이 품격 높은 여행을 만끽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며 정지 비행이 가능하다는 비행선의 특성을 살려 번지점프 등 레포츠 시설도 구비한다는 복안이다.
동체의 구조나 성능에 대해서는 카본섬유로 외피를 제작하고 헬륨가스에 의해 부양력을 얻는다는 점을 제외하면 구체적으로 알려진 사항은 없다. 제작 계획이나 상용화 시기도 아직은 미지수다.
하지만 새들러는 스트라토 크루저가 완성되면 극지의 빙하나 열대 정글, 마야 문명 유적지 등 진귀한 볼거리를 찾아 여행을 떠날 것이며 이는 승객들에게 항공기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항공기와 비행선의 융합 P-791
유명 방산기업인 미국 록히드마틴은 비행선을 군용 수송선으로 활용하기 위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항공기와 비행선의 장점을 융합한 하이브리드 비행선 ‘P-791’이다.
지난 2006년 미 팜데일 공군기지에서의 비행실험을 통해 처음 그 존재가 알려진 P-791은 기본적으로 비행선의 외형을 지녔고 동체에는 부양가스인 헬륨이 채워져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구동방식은 기존 프로펠러 항공기와 동일하다. 동체 하단에 4기, 후방에 2기 등 총 6기의 프로펠러가 각각 상승과 하강, 전진 동력을 제공하는 것.
헬륨가스는 동체의 상승력을 추가적으로 부여함으로써 프로펠러가 감내해야 할 부담을 크게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프로펠러만 활용하는 것과 비교해 약 20%의 힘만으로 떠오를 수 있다. 그만큼 연료소모량이 적어 친환경성도 높다. 비행선이기 때문에 정지 비행, 수직이착륙, 360도 자유 회전 등이 모두 가능함은 물론이다.
록히드 마틴이 표방하는 최종 모델은 화물탑재중량 500~1,000톤, 항속거리 2만2,000㎞의 비행선이다. 현존하는 세계 최대 화물기인 안토노프 An-225의 화물 탑재량이 약 300톤임을 감안하면 P-791의 활용도가 얼마나 뛰어날지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진척 상황은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고연비 친환경 화물 비행선 다이너리프터
화물 비행선이라고 하면 미국 오하이오 에어쉽의 ‘다이너리프터(Dynalifter)’도 빼놓을 수 없다. P-791의 민간용 버전 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기본 메커니즘이 꼭 닮았다.
실제로 다이너리프터는 기존 비행선과 비교해 연료소비량이 3분의 1에 불과하다. 선체에 충전되는 566N㎥의 헬륨 가스가 화물중량의 50%를 상쇄시켜주기 때문이다. 또한 항공기와 같은 날개를 갖추고 있어 20%의 부양력 제고 효과를 발휘한다.
이러한 설계학적 이점 때문에 다이너리프터는 전방과 중앙 날개에 채용된 총 8개의 프로펠러를 통해 최고시속 130㎞로 비행한다. 항공기 보다는 신속성에서 뒤처져도 선박 운송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빠른 배송이 가능한 것.
오하이오 에어쉽도 이 점을 감안, 항공기와 선박의 틈새 시장을 집중 공략할 방침이다. 또한 열악한 도로사정으로 육상운송이 원활치 못한 개발도상국도 공략 대상이다. 이 회사는 올 초부터 전장 36m의 프로토타입 모델로 시험비행을 진행하고 있으며 여기서 얻어진 데이터를 기반으로 올해 중 상용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비행접시 화물 비행선 로코모스카이너
올해 개발에 착수한 신형 비행선도 있다. 올 초 러시아의 모스크바국립항공대학(MAI)과 비행선 개발기업 로코모스카이가 5년간 9,000만 달러를 투입, 공동개발에 착수한 ‘로코 모스카이너(Locomoskayner)’가 그 주인공.
둥글고 납작한 외형 때문에 UFO를 연상케 하는 로코모 스카이너는 헬륨을 활용하는 일반 비행선과 달리 동체 내의 공기를 가열해 부양력을 얻는다는 게 최대 특징이다. 구동력은 동체 주위에 채용된 4기의 로터에 의해 제공받는다.
열기구와 헬리콥터 기술을 접목한 신개념 비행선인 셈이다. 외형을 비행접시 모양으로 설계한 것은 비행의 안정성을 확보, 연료효율을 극대화함으로써 장거리 비행에 최적화하기 위한 조치다.
최고속도는 시속 110㎞로 다소 느린 편이지만 보잉747- 8F 화물 전용기의 4배에 이르는 최대 600톤의 화물 탑재가 가능하며 항속거리도 3,000㎞에 달해 신속성이 크게 중시되지 않는 분야에서 큰 효용성을 발휘할 전망이다. 특히 로코모스카이 측은 이 비행선을 북극이나 극동지역의 개발을 두고 설계했는데 석유시추, 산불진화, 해상기지 건설, 물자수송 등에 두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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